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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특집] 바늘 끝에 맺힌 독립의 염원, 옥중에서 빚은 민족의 혼… ‘정밀감정’으로 다시 깨어난 도산 부부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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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화유산감정센터 김승규 이사장, 도산 안창호 기념관 소장 유물 정밀감정 및 전액 재능기부 — 도산 선생의 옥중 공예그릇 도자기 10점과 아내 이혜련 여사의 태극기 제작 재봉틀, 문화유산적 가치 공인
역사는 때로 거창한 선언문보다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은 작은 사물 하나에서 더 뜨거운 울림을 전한다.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내 자리한 도산안창호기념관 전시실, 유리 진열장 안에 놓인 낡은 재봉틀 한 대와 검붉은 빛깔의 투박한 그릇들이 관람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머나먼 타국 땅에서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며 태극기를 박음질하던 아내의 손길과, 서슬 퍼런 일제의 감옥 안에서도 꺾이지 않는 의지로 흙과 재료를 빚어내던 남편의 숨결이 한 공간에서 조우하는 현장이다.

최근 이 숭고한 근대 유산들이 체계적인 과학적·학술적 안목을 거쳐 역사적·유물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기록하게 되었다. 한국문화유산감정센터 김승규 이사장이 도산안창호기념관의 핵심 전시품인 도산 안창호 선생의 옥중 제작 공예그릇 도자기 10점과 부인 이혜련(李惠鍊, 1884~1969) 여사의 재봉틀에 대한 정밀감정을 마치고, 기념관을 직접 다시 찾아 최종 감정서를 전달했다. 특히 김 이사장은 이번 정밀감정에 소요된 제반 비용 일체를 도산안창호기념관에 전액 ‘재능기부’하며 선열의 숭고한 정신에 예를 표해 훈훈한 감동을 더하고 있다.
■ 바늘꽂이 천에 박힌 세월… 이혜련 여사의 재봉틀이 증언하는 ‘독립운동의 뒷자리’
기념관 전시장 중앙, 1926년 도산 선생이 미국 동포 사회 순방 후 중국 상해로 떠나기 전 찍은 마지막 가족사진 아래에는 고풍스러운 검은색 재봉틀 한 대가 자리하고 있다. 도산 선생의 영원한 동지이자 아내였던 이혜련 여사가 미국 체류 시절 독립운동을 뒷바라지하며 태극기를 제작할 때 사용했던 유물이다.

정밀감정 현장에서 마주한 재봉틀은 백 년 가까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나무 테이블 위에 고정된 검은색 주물 본체에는 황금빛 문양이 정교하게 남아 있으며, 오른쪽의 둥근 수동 바퀴(핸드휠)에는 세월의 풍파를 증명하듯 붉은 녹이 슬어 있다. 무엇보다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것은 재봉틀 상단 팔(암·Arm) 부분에 둘둘 감겨 있는 낡은 천 조각이다. 작업 중 바늘을 꽂아두기 위해 감아놓은 이 해진 천 위에는 지금도 여러 개의 바늘이 그대로 꽂혀 있어, 밤낮으로 재봉틀을 돌리며 태극기를 만들고 가계를 꾸려가던 이혜련 여사의 고단하고도 강인했던 삶을 생생히 증언한다.

뒤편 벽면의 사진 속에는 도산 선생과 이혜련 여사, 그리고 수라·수산·필립·필선 남매의 모습과 함께 당시 어머니 뱃속에 있었던 막내아들 안필영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사진 속 단란했던 가족은 이 촬영 이후 다시는 한자리에 모이지 못했다. 가장이 조국 독립을 위해 상해로 떠나고 끝내 순국하기까지, 이혜련 여사에게 이 재봉틀은 단순한 생계 도구를 넘어 가족을 지키는 버팀목이자 머나먼 이국땅에서 조국의 국기를 만들어내던 치열한 독립운동의 성소(聖所)였던 셈이다.

■ 절망의 감옥에서 빚어낸 예술혼… 도산의 옥중 공예그릇 도자기 10점
아내의 재봉틀과 함께 정밀감정이 이루어진 또 다른 핵심 유물은 도산 안창호 선생이 옥중 생활 중에 직접 만든 공예그릇 도자기 10점이다. 일제의 가혹한 탄압 속에서도 도산 선생은 결코 정신적 기품을 잃지 않았다.
전시된 어두운 빛깔의 그릇은 겉면에 촘촘한 빗살 형태의 선과 마름모꼴 점선 문양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어, 극한의 옥중 환경에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마음을 다잡았던 도산 선생의 성품을 그대로 보여준다. 차가운 감방 안에서 한 땀 한 땀 문양을 새기고 형태를 다듬으며 민족의 앞날을 고뇌했을 선생의 정신세계가 10점의 기물 속에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다.
■ “독립유산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은 시대의 책무”… 김승규 이사장의 정밀감정과 재능기부
이번 감정은 단발성 확인에 그치지 않고 철저하고도 신중한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 한국문화유산감정센터 김승규 이사장은 기념관을 방문해 재봉틀의 시대적 제작 양식과 보존 상태, 도산 선생의 옥중 공예그릇 도자기 10점의 재질과 제작 기법 등을 면밀히 살피는 1차 정밀감정을 수행했다. 이어 정밀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공식 감정서를 작성한 뒤, 기념관을 2차로 방문해 관계자에게 직접 감정서를 전달하며 전 과정을 마무리했다.

기념관 전시실 내 이혜련 여사의 재봉틀 진열장 앞에서 진행된 감정서 전달식에서 김승규 이사장과 기념관 관계자는 감정 대상 유물의 사진과 상세 소견이 담긴 감정서를 함께 펼쳐 보이며 뜻깊은 순간을 기념했다.
특히 문화유산 감정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총 11점에 달하는 독립운동 사료의 정밀감정을 완수하면서도, 이에 수반되는 모든 감정 비용을 기념관 측에 전액 재능기부로 환원한 김승규 이사장의 결단은 문화유산계 안팎에 깊은 울림을 준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옥중에서 빚어낸 10점의 그릇과 이혜련 여사가 바늘 끝으로 수놓은 태극기 재봉틀은, 이제 전문 감정기관의 공신력 있는 감정서를 통해 그 역사적·물질적 가치를 한층 더 탄탄하게 인정받게 되었다. 선열들이 남긴 유물의 진정한 가치를 학술적·객관적으로 증명하고 이를 대가 없는 나눔으로 뒷받침한 이번 행보는, 우리 근대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예우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이정표로 남을 것이다.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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